경제적 여건과 직업적 특수성으로 인해 한 장소에 정착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동할 때마다 꼭 가지고 다녀야 하거나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물건들을 선정하고, 물건의 수명을 가늠하며, 물건의 효용이나 가치를 시간적인 맥락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이 습관은 물건의 일생에 관한 일종의 애착과 소유욕의 연장선인데, 물건을 가진다는 막연한 만족감은 물건이 자리하는 공간과 장소의 소유 불가능성에서 비롯되는 불안감과 부딪치며 불완전의 궤도 어딘가로 미끄러진다. 부동산 투기와 젠트리피케이션이 젊은 세대에게 물려준 떠돌이 생활이나 가볍게 구매하고 가볍게 버리는 현대인의 소비 패턴에 관해서도 고민하지만, 단순히 경제 체제를 고발하거나 물건을 아껴 쓰자고 피력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이런 자본 환경에서 사물과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몸의 동선을 만들고 신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를 주목한다. 신체는 신체와 관계할 때도 항상 사물과 공간의 독자적이고 동시에 종속적인 존재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소위 정신적이라 일컫는 것, 인간의 감정과 욕망, 기억 또한 사물/공간/몸의 경험의 관계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사물/공간과 몸의 관계가 아니라 사물/공간/몸의 경험의 관계에 중점을 둔다. 이렇게 독자적이면서 동시에 서로 종속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소유할 수는 없는 존재들의 위계를 허물고, 소비 사회에 거주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도시를 배경으로 우리의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매개체로서의 물질적 요소들이 어떤 관계와 삶의 형태를 만들 수 있는지 질문한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