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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는 어릴 적에 수영장 물에 빠진 기억이 있어 당시 오 년밖에 살지 않았는데도 주마등처럼 과거의 기억들이 눈앞에 펼쳐졌었어 누군가에 의해 물 밖으로 끌어올려 졌는데 사람들은 ㅡ가 물에 빠진 거였는지 모르더라 다들 즐겁게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물을 뱉으면서 마치 혼자 꿈을 꾸다 깨어난 것 같다고 생각했어 

 

그 이후로 수영은 배우지 않았어 물에 공포를 느끼게 되었는데 그 공포는 마음속에서 선망의 모습으로 성장했어 언젠가 인터넷으로 선명한 바다 사진을 보았는데 형용할 수 없는 색감과 상상하기 어려운 깊이감이 그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고 스무 살 즈음부터는 투명한 바다에 빠져 죽으면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해왔어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런 바다 열대어가 헤엄치고 물밑 바닥이 보이는 새파란 바다 말이야

수영은 배우지 않았어 사람을 만나면 수영을 할 줄 아냐고 물어봐 그게 부럽더라고 그래도 배우지 않고 있어 바다에 빠져서 죽고 싶은데 수영을 할 줄 알면 헤엄쳐서 물 밖에 나올 수도 있잖아 그건 너무 비극일 것 같아

만약 ㅡ가 지금 죽는다면 지금의 죽음은 다섯 살의 죽음보다 더 무거운 죽음일까? 더 늙은 죽음일까? ㅡ가 지금 물에 빠져도 사람들은 물에 빠진 건지 모르지 않을까 요즘에는 어릴 적에 그대로 꿈 같은 주마등에서 깨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 

그런데 있잖아 최근에 한 가지 선망이 더해졌어 문득 서울 하늘이 점점 못생겨지는 것에 마음이 아프더라고 그동안 푸른 하늘에 감사할 줄 몰랐던 게 후회가 되는 거야 푸른 하늘이 뭐였는지 기억을 더듬어도 쉽게 다시 느껴지지가 않고 인터넷으로 보는 푸른 하늘은 남의 하늘 같이만 느껴져. 누릴 수 있는 가장 깨끗한 하늘 아래에서 가장 투명한 바다에 빠져 죽으면 그보다 완벽한 죽음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이건 ㅡ의 생각이야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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