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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움직인다 눈알도 굴러간다 무분별한 미소들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아래 아래 위, 아래 위, 자동인형은 거인의 손에 목이 매달린 채 이리 저리 휘둘리지만 소인의 손에 잡히는 것보다 낫다고 자위하다 죽어버리고 

죽기 위해 사는 꼴이 될 바에 살기 위해 죽는 방법을 찾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친구 

문득 책만 읽다가 화석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내가 어딘가에 붙박인 모습으로 먼 미래에 발견되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장면을 상상해 

친구는 거인에게 발견될까, 소인에게 발견될까 자동인형에게 발견될까 그 누군가도 아닌 누군가에게 발견될까 

먼지가 털려 발굴되는 친구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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